칼럼
[성석환 소장의 공동체 칼럼] 새로운 생태계 구축, 공공선교를 향하여

지난 6월 25일(목) 저녁에 중동의 어느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연구소의 새로운 브랜드인 WHP(We Help People)의 중요한 미팅을 가졌다. ‘도공연 소셜 테이블’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들은 그 동안 도공연이 진행해온 CCG(Church for the Common Good) 컨퍼런스에 참여했던 활동가, 전문가들과 연구소 스텝들이었다.
이렇게 모인 ‘소셜팀’이 소속된 단체들은 <공입법센터 어필>, <YMCA 이웃분쟁조정센터>, <희망제작소>, <사회적 기업 더함>, <교육공동체 놀이터>, <주식회사 은가비>, <소셜벤처컨설팅 임팩트 스퀘어> 등이었다. 소속된 단체에서 대표로 혹은 센터장과 스텝으로 활동하는 이들과 연구소의 WHP 관계자들이 처음 만나 교제를 나누고 비전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WHP는 오랜 기간 소장의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비전이었으나, 설립 10주년을 맞이하여 드디어 런칭을 하기로 결정한 활동이었는데, 본래 2월 창립기념식에서 만나기로 했던 이들을 이날 만나게 된 것이었다. WHP는 기독인으로서 한국사회의 공공 영역, 사회적(공유) 경제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지원하고 응원하고자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더 적극적인 콜라보 프로그램을 개발했을텐데, WHP가 구호단체나 자원봉사단체가 아니라 적절한 활동 영역은 아니었지만 워낙 급박한 상황이었던지라 그 동안 작은 미자립교회를 돕거나 대구의 의료진들을 직접 돕는 일에도 참여했었다. 이제 ‘소셜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8월 1박 수련회를 갖게 되면, 본격적인 WHP의 목적 활동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비전은 공공 영역과 소셜 영역을 새로운 선교적 필드로 인신하고, 이미 그곳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격려하여 한국교회가 우리사회를 민주적이고 정의롭게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는 중간지대를 만들어 보고자 함이다. 즉 공공 선교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보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라 쉽지 않은 여건이지만, 한국교회가 가진 자원은 여전히 막강하다. 변화하는 환경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다가 남아 있는 자원들을 모두 소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때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심정으로 다음 세대에게 설득력 있는 공공 선교의 길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목회자, 신학자가 앞장서기 보다는 청년활동가, 평신도 전문가들의 역량을 존중하고 교회가 지지하는 흐름을 통해 새로운 ‘선교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비교적 진보적이고 민주적 방식을 선호하다보니 보수적인 교회의 입장에서는 그 동안 익숙한 문법과는 다른 차이 때문에 이런 귀한 자원들과 접촉할 기회가 적었다. 그러나 우리가 다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사회의 공공성에 대한 요구는 전에 없이 강력하고 교회 역시 이러한 흐름으로부터 비켜 서 있을 수는 없게 되었다. 특히 젊은 세대에 속하는 2030에게는 공정과 정의는 매우 실존적인 가치로 중요해졌다. 안타까운 것은, 나름의 신앙적 결단이 있어서 공공 영역과 소셜 영역에서 헌신하며 인정을 받는 인재들이지만 교회로부터는 따듯한 응원이나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입장이나 노선에 대한 편견 때문에, 이들이 일하는 영역을 선교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심각한 신학적 실수이고 신앙적 실패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이들을 그곳으로 파송하셔서 이미 선교를 하고 계셨다는 사실을 한국교회가 진지하게 성찰하지 못한다면, 21세기의 새로운 사회적 공론장에서 고립될 뿐만 아니라 청년들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교회가 우리사회의 민주적 발전과 공공성 확대를 지지하고 복음의 이름으로 그 영역에서 수고하고 있는 많은 이들을 격려하고 돕는다면 아마도 한국교회의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우리사회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에 참여하고 헌신하는 것이 곧 선교임을 깊이 깨달아 알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