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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석환 소장의 공동체 칼럼]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경험이 주는 새로운 질서(New Normal), 그리고 새로운 신앙

 무성한 포스트 코로나19 담론은 아직 여물지 않았다. 서점에 가 이것저것 들춰봐도 신통치가 않다. 아직은 우리가 대안을 마련할 만큼 충분한 경험치와 그에 대한 측정 및 평가가 심층적이지 못하다. 심층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삶의 경험이 인간의 인식론 내지는 관계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 질적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만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심리적 거리도 넓혀 놓았을 터, 그것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두 가지 미래 방향성을 추측할 수 있다. 우선, 백신이나 치료제가 만들어지면 본래의 일상으로 급격히 돌아가기를 열망하는 반동적 회복력이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교회와 같이 집단행동이 보장되어야만 하는 곳이 그렇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로 오히려 기왕에 시작된 새로운 방식의 삶을 유지하며 ‘온 라인 커뮤니케이션 및 공동체’를 강화하려는 흐름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는, ‘오프 라인‘에서의 커뮤니케이션과 사회적 만남에서 불편하거나 부당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큰 호응을 받을 것이다. ‘코로나19’의 라이프가 다만 불편하지 않았던 이들, 그들은 그간 위계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체제에서 자신의 존재가 정당하게 평가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일 가능성이 크다.

   

  기업에서는 재택근무를 해도 큰 무리없이 회사가 돌아가자 정규직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학교에 가지 않아도 큰 어려움 없이 수업을 하게 되자 등록금반환 및 정규학교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도 많아지게 된다. 이미 탈제도권 교육이나 직업이 많아진 서구에서야 더 빨리 적응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한국사회의 그 위계적 구조를 볼 때 기득권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게 일어날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19’에 잘 대처한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그후가 더 문제다.

  교회로 눈을 돌리면, 그래서 앞으로 ‘슬기로운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을 전망해보면 갈피를 잡기 힘들다. 많은 교회가 기술적 대처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온 라인 시스템’을 준비하고자 스튜디오, 장비, 전문가를 구비하고자 중대형 교회들은 분주하다. 마치 망해가던 낙원상가, 세운상가를 한국교회가 살려 놓았다는 지난 이야기처럼, 또 그리 임시적이고 표피적인 대처에 열을 올리다가 앞서 언급한 내면화된 새로운 신앙경험이 초래할 근원적 변화를 간과할까 두렵다.

  르네상스가 번지고 고전어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자 사람들은 직접 성경을 읽고 싶어졌다. 새로운 학문방법을 배운 루터나 칼뱅은 과거의 부대에 새 술을 담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이미 변화가 시작된 사람들의 근대적 인식론과 삶의 방식이 중세의 종교양식을 담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종교개혁의 신앙양식도 그 약효가 다했다고 하면 너무 무리수일까? 새로운 ‘온/오프 신앙‘의 존재양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겠는가?

 

  <도시공동체연구소>는 최근 WHP(We Help People)을 출범하고 그 과정으로 WHP network의 하나로 WHP Social team을 만났다. 여러 소셜영역, 공공영역의 기독활동가, 전문가들과 만나 새로운 하나님의 선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공공선교(PUBLINK)’와 ‘온/오프 선교(MISSION/OFF)’를 위한 논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 이들이야말로 새로운 신앙의 경험을 수용하는 새로운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명확히 증명해주는 이들이었다. 교회는 이제 시민사회가 형성하는 새로운 질서에 참여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슬기로운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소규모의 보다 긴밀한 내면적 만남이 가능해야 한다. 만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신앙의 새로운 양식이 필요하다. 그리스도인들이 이제 더 이상 교회건물과 제도 안에 갇혀 신앙생활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되돌리기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보다 바로 그곳으로 파송하여 새로이 건설하는 하나님나라의 새 포도주와 빵의 향연을 기대한다.

성석환(도시공동체연구소 소장,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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