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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석환 소장의 공동체 칼럼

"트럼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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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나라 대통령이 이렇게 신경쓰였던 적이 있던가? 마지막까지 추태를 보이며 결국 트럼프는 떠났다. 의사당까지 난입한 극우세력들의 배후로 지목되기까지 했으니, 앞으로 그가 맞이할 퇴임 후의 삶이 그리 편치는 않을 듯하다. 퇴임한 최고지도자가 법정에 서고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 는 일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데, 솔직히 그때마다 승패가 깨끗하고 뒤탈없이 서로 협력하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내심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 선거결과에 불복은 물론이고, 바이든 후임 대통령 취임식장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핵가방 마저 챙겨 백악관을 나가면서 그가 한 말은 “어떤 형태로든 다시 돌아오겠다.”였다고 하니 좀생이가 따로 없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를 지지하던 이들조차도 지질한 그를 등지고 비판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TV 뉴스쇼 책임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단다. 트럼프가 좋은 소재였는 데 말이다. 

 극우세력들의 의사당 난입을 보며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그들 대부분이 기독교극우파에 속한 음모론자라고 알려져 있다. 소위 큐어난(QAnon)들의 실체가 언론을 통해 드러날 때 즈음, 우 리나라에서도 BTJ열방센터 발 집단감염 뉴스가 터졌다. 그 단체의 대표인 최바울은 미국의 큐어난 과 비슷한 주장을 하며, 백신을 맞으면 노예가 되고, 코로나19는 빌 게이츠가 퍼뜨린 것이라 주장하여 충격을 주었다.

 여론의 뭇매를 맞더니 사과를 하기는 했으나, 우리는 미국에나 한국에나 그런 이들이 얼마든지 있고 그들은 잠깐 잠잠할 수는 있으나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트럼프가 다시 돌아 오겠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법적으로 자유로워진 기독교 극우지도자들이 또 다시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이제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사람들이 일해야 하는데, 갈 사람들이 제대로 퇴장을 안 하니 이런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는다. 

 갈 사람이 안 가서 문제가 되는 곳 천지다. 기득권을 쥔 이들의 권력은 점점 더 늘어나는 반면 사회적 약자들의 취약성은 더 심화되니, 그 간격만큼 그들의 권력이 그 자리를 더 탐하고 욕망한다. 누군가 한국사회를 ‘세습사회‘라 진단했다. 기업도 건물도 땅도 집도 심지어 교회도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넘겨주면서, 시한이 되면 가야할 사람들이 여전히 그림자로 또 배후로 남아 힘을 과시한다.

 미국은 트럼프가 다시 공직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법적 조치가 계속될 듯 하다. 그에 비해 우리는 퇴장해야 할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합의도 부족하고, 퇴장해도 여전히 배후에 남아 힘을 행사하는 짓을 어쩌지 못한다. 줄을 서고 세력을 만들어 그 안에서 누리는 안 정감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 그 만큼 우리사회가 불안하다는 것이니 꼭 줄 서는 이들만 탓할 수는 없겠다.

 기성세대에게 무조건 나가라, 그만 두라는 것이 아니다. 지난 시간 누렸던 권력과 기득권을 사사 화(privitization)하지 말라는 것이다. 갈 사람은 겸허이 자리를 내주고, 뒤에 오는 이들을 응원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우리사회는 모든 자산과 힘을 자기자신만의 것으로 독점하려는 극우들의 욕망 의 정치가 너무 과하다. 자기와 친족들만을 위한 독점적 욕망을 신앙이니 믿음이니 공공성이니 하는 이름으로 치장하지 말고,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 홀연히 떠나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성석환(도시공동체연구소 소장,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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